user::765ad6f9-9bf6-45c3-8091-3098a7f771f4

한라산 산행기

향적봉 2008-02-23 12:54:37 2













한라산(08.2.17.일)




성판악(06:45)→진달래밭대피소(08:40)→동능정상(10:30)→용진각대피소(11:42)→관음사주차장(13:43)=7시간
(성판악←9.6km→정상←8.7km→관음사주차장=18.3km)



                深雪(심설)
                산정에는 겨우내 눈이 쌓입니다.
                이르면 10월부터 내린눈이 차곡히 쌓여 2월이면 극에 달합니다.
                올 겨울 초반에는 서해안에 눈이 집중되었다가 중반에는
                영동지방에 집중되고 2월에 접어 들어 제주도와 울릉도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눈소식이 들렸습니다.

                사계절 중 겨울 설산이 가장 멋지다고 여기는 저는
                한라산행 신청을 하고나서 입산통제가 되지 않기만을 바랬습니다.
                이미 지난 주말에도 한라산이 통제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을 조렸지요.
                .
                .
                .
                .
                06시15분. 제주시 연동의 숙소를 출발한 차량은 30여분만에 성판악에 도착합니다.
                06시45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곧 밝아질 것이기에 렌턴은 하지않고
                손의 자유로움을 위해 스틱도 아예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보니 이 시간쯤에 출발하는 산객이 한꺼번에 몰려 정체도 심하고 앞서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려 곧바로 입구로 가서 아마 일행중에 맨먼저 출발을 한것 같았습니다.

                눈이 적으면 길이 넓을 것이지만 눈이 많으면 길이좁아 추월하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줄지어가는 산객 뒤에 바짝붙어 고맙습니다~하고 큰소리를 하면 대개는 몸을 슬쩍 비끼는 틈을 타서
                앞서나가곤 했는데 자칫 옆으로 한발자국만 비켜서 딛으면 무릎까지 푹 들어가곤 합니다.

                하드에서 날려버린 작년산행에서의 파일을 뒤찾아보려는 욕심도 가졌기에
                가급적 볼거리가 많은 위쪽으로 빨리가고자 한 것이지만 산길에서 추월을 당하는건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요.
                본의 아니게 어깨도 뚝 치게되어 불쾌하게 느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젠 없이 걷기 좋을만큼 등로는 미끄럽지도 않습니다.
                습이 많으면 다져져서 빙판일텐데 사각사각 눈 밟히는 소리와 신발바닥 감촉도 좋습니다.














혼자 열심히 걷다가 앞뒤를 살펴보면 아무도 없이 한참을 가는 시간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몇몇의 산객을 뒤따라 걸어도 좋습니다.









2시간여 만에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한라산행이 세번째인데 겨울에만 와서 진달래밭이 궁금합니다.
등로의 바닥도 독특한 화산석일텐데 눈만 밟으니 본바닥의 실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정상부는 보이지 않았고 점점 산객들도 늘어납니다.









주중의 피로를 뜨끈한 이불속에서 풀지않고 등짝이 후줄근하게 땀에젖어 오른 산님들.









일행과 눈도장을 찍기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30여분을 머물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눈세상으로 빠져듭니다.









그들도 고단한 무게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열리는가 싶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힘겨운 오름짓도 모두 멋져 보였고










체리에게도 빨강모자를 씌워주고 싶었습니다.










하얀세상에 어울리는 파란하늘이 그리웠지요.









낮은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려 보지만 이 이상의 욕심을 접어야했습니다.









막바지 오름길에는 상고대가 날아와 뺨을 때립니다.
몸가누기도 힘들고 눈뜨기도 힘들었습니다.






.
.
.
정상부의 시야는 전혀없고 바람소리는 공포스럽습니다.
.
작은건물 뒤에서 바람을 피하고 20여분을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
바람이 잦아들 기미가 없어 아이젠도 착용하고 바람막이도 하고는 표지목을 스쳐 하산길로 갑니다.









구름바다를 내려다보던 작년 그 곳 입니다.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등로는 최소 1미터 정도 위로 올라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순간 또 하늘이 드러났다가 덮어 버립니다.









만화세상 동화세상이었습니다.









이제 왕관능이 내려다 보입니다.









한 일주일 이근처를 오르내리면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앉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에 다리쭉뻗고 앉았습니다. 비료봉다리를 가져온 분들이 많더군요.









작년 수해로 용진각대피소 건물은 사라졌고 벌판이 되었습니다.
눈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콩나물라면이 그립더군요.






.
.
.
.
.
.
.
누가 인간의 뒷모습이 슬프다고 했나요.
누가 인간의 뒷모습이 처량하다 했습니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들도 즐겁고 신나게만 보였습니다.









빨강모자가 안보였지만 호젓하게 걷는 기분이 좋습니다.









눈색을 달리해보는 여유도 부려봅니다.









등로주변의 숲도 좋아 보입니다.









완만한 내림길이어서 걷기도 좋습니다.









검은 베레의 혼이 머무는 곳 원점비












                    성판악을 출발한지 7시간만에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
                    .
                    날씨가 안받쳐줘서 또 가고
                    못본게 있어서 또 가고
                    겨울에만 가봐서 또 가고
                    혼자가서 또 가고
                    실력이 부족했던게 아쉬워서 또 가고..
                    앞으로도 또 갈 핑계는 많은 것 같습니다.
                    .

                    .

                    .
                    <원점비 관련기사>
                    *관련기사1
                    *관련기사2
                    *관련기사3













체리부부♥향적봉









750m성판악(06:45)→속밭(07:35/3.5k)→사라악대피소(07:58/4.6k)→진달래밭대피소(08:40/7.3km)→대피소출발(09:07)
→동릉정상(10:30-진달래~2.3km,성판악~9.6km)→정상출발(10:54)→왕관능(11:27)→용진각대피소 점심(11:42)
→원점비(12:47)→탐라계곡대피소(13:00)→구린굴(13:23-용진각~5.3km,정상~7.2km)
→관음사주차장(13:43-구린굴~1.5km,정상~8.7km)---18.3km=7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