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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띄우는 편지 /김정한  

가을입니다
이 가을에는
당신을 찾아 잠시 머물다 오겠습니다

늘,
내일, 모레, 그리고 그 언제인가는
당신에게 가는 길을 열겠노라 말하면서도
당신 허락없이 닫고 또 닫았던
나를 용서해주시지요
늘 당신에게로 가는 삶은 퇴행성 병처럼
뒷걸음 쳐지기만 했습니다

이 가을에는
마음 편히 당신 그늘아래서
누웠다가 기대었다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허설 없는 삶처럼,
당신과의 사랑도 여전히 리허설 없는 생방송입니다
내 인생의 삶이 관객이 필요치 않듯이
당신과의 사랑도 관객이 필요치 않겠지요

안에서 밖으로
또 그 안에서 밖으로
그림자도 스며들지 못하게 꼭 잠근 채
당신 곁에서 편히 그리고
오래 오래 쉬다가 오겠습니다
내 그리운 당신께 곧 가겠습니다